비 오는 날은 대리운전을 부르는 손님의 입장에서도, 일을 하는 대리기사의 입장에서도 힘든 날이긴 합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평소보다 대리가 잘 안 잡혀서 힘들고요, 대리 기사의 경우에는 안 그래도 콜이 뜰 때까지 무한정 대기해야 하는데, 비까지 오면 대기하기가 더 힘들죠. 어디 앉아 있을 수도 없고 말이죠.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건물 안쪽에서 대기하는 건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오는 날은 대리를 부르는 수요보다는, 대리를 수행해 줄 기사의 공급이 더 적은 날이기 때문에 조금 더 단가가 좋은 콜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날입니다. 대리가 잡히지 않으면 그만큼 손님의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단가 조정 없이 잡힐 때까지 무한정 기다리시는 분들도 있긴 하지만).
9월 20일 금요일은 중국으로 갔던 태풍이 급격하게 경로를 꺾으면서 전국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던 하루였습니다. 저도 이날은 고민하다가 결국 대리운전 알바하러 나가보게 되었는데요, 그날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대리운전 알바 / 투잡 - 사용하는 어플
참고로 제가 사용하는 어플은 카카오 대리운전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보통 이런분들을 '카원플'이라고 부르는데요, 아무래도 카카오는 고정적으로 내야 되는 비용이 없을뿐더러 가입도 간편하기 때문에 부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물론이고 전업으로 하시는 분들도 필수로 설치하는 어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걸로 티맵도 있는데, 제가 거주하고 있는 부산 기준으로는 티맵콜보다는 카카오 콜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라 설치를 해 놔도 보통은 카카오 콜만 타는 날이 많은 것 같습니다. 체감상으로는 카카오가 8~9, 티맵이 1~2 정도 타지는 거 같네요.
다른 어플로는 콜마너 (지역 전화콜), 로지 (수도권) 등도 깔아두긴 했는데, 그나마 콜마너는 대중교통이 끊겼을 때 합차용으로 쓰긴 했는데, 몇 달 전에 킥보드를 구매한 뒤로는 콜마너도 안 쓰는 중입니다. 다만 이번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킥보드를 탈 수 없기 때문에, 비 올 때 대리운전 알바를 나오는 경우에는 한 번씩 켜서 쓸 수는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로지는 직영로지라고 불리는 수도권 어플을 깔아 둔 거라 부산에서는 거의 뜨진 않습니다.
하루 목표는 5만원 (더 벌면 좋지만)
저의 하루 목표는 5만 원입니다. 물론 더 벌면 좋죠. 사실 대리운전 부업도 1년이 넘어가다 보니 5만 원을 벌어도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최소목표가 하루에 5만 원'인 느낌이긴 해요. 킥보드를 사고 난 이후로는 말이죠.
일하러 나오는 시간이 집안일을 해놓고 나오면 빠르면 8시 반, 대부분 9시 부터 시작해서 복귀를 1시 전까지로 잡고 있다 보니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3~4시간 정도 되더라고요. 일반 알바의 최저 시급보다는 더 버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목표를 1시간에 1만 원 ~ 1.5만 원으로 잡았기 때문에 하루 목표 금액이 5만 원입니다.
'너무 얼마 안 되지 않나?' 싶을 순 있지만 하루에 5만 원씩, 일주일에 5일을 나온다는 가정하에 한 달이면 20일. 단순 계산으로 이렇게만 해도 100만 원이 되기 때문에 작은 돈은 아니죠. 실제로는 20일을 나온 날이 없긴 하지만요. 이 핑계 저 핑계 대다 보면 한 달에 약 15일 정도 나오는 게 평균인 것 같아요. 더 나오는 달도 있고 덜 나오는 달도 있고요.
비 오는 날은 깔리는 콜도 있을 수 있는 날
비오는 날은 비가 오지 않는 날과 느낌부터가 다릅니다. 보통은 카카오의 '프로 단독 배정권'을 켜면, 동네 먹자 기준으로 1시간에 한두콜을 볼 수 있을까 말까인데, 비가 오는 날은 프단권을 쓰지 않아도 콜이 보입니다. 보통 이걸 '콜이 바닥에 깔렸다', 혹은 '콜이 둥둥 떠나닌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카카오 기준으로는 프로 단독 배정권을 쓴 기사님들 중에서 적합한 기사님에게 콜을 먼저 보여주고, 그분이 잡지 않으면 아마도 다른 기사님께 보여주는데, 아무도 잡지 않으면 모두 다 볼 수 있게 콜이 리스트에 뜹니다. 비 오는 날에 바닥 콜이 많이 보인다는 건 그만큼 기사님들 수가 평소보다 적다는 거겠죠.
평소 같았으면 가격이 아쉬워도 잡았을 콜들이지만, 오늘은 이 단가에 가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굳이 잡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콜이 하나 떴네요.
같은 콜을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 기준으로 카카오에 검색을 해보면 손님이 부르는 기준 착한 요금이 2만 4천원, 기사에게 맞춤콜로 꽂히는 빠른 배정이 3만원 입니다. 수수료 20%를 제외하면 각각 착한요금이 19,200원, 빠른배정 가격이 24,000원입니다. 운행시간이 약 30~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10분당 수익이 5천 원 ~ 6천 원인 느낌인 거죠.
하지만 이날 잡은 콜은 현금 3만 8천 원에 보너스 6천 포인트였습니다. 티맵은 기사 어플 기준으로 카카오와는 다르게 수수료를 제외하기 전의 금액이 뜨는데요, 그러니 실제 금액은 38,000원에서 20%를 제외한 금액과 거기에 6천원을 더한게 최종 순 수익이 되는거죠. 계산해보면 약 3만 6천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콜입니다. 평소의 2배까진 아니더라도 그래도 평소에 비해 꽤 많이 받을 수 있는 콜이였네요. 10분당 수익이 약 8천원 ~ 9천 원을 받을 수 있었던 콜이였습니다. (부산에서는 이런 수준의 분당 금액의 콜을 보는 건 정말 드뭅니다.)
비 오는 날의 '업단가'는 양날의 검
그렇게 첫 콜만에 최소 목표인 5만 원 중에서 3만 6천 원을 벌고, 1만 4천 원만 벌면 하루 최소 목표를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착지도 나쁘지 않았어요. 주변에 콜지인 사상 시외버스 터미널이 꽤나 가깝게 있었고 슬슬 걸어갈만한 거리였기 때문이죠.
비 오는 날의 업단가는 이렇게 좋은 결과를 줄때도 있지만 반대로 양날의 검일때도 있는데요, 저는 사상에 가서 그걸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리는 40분 동안 그냥 단가가 살짝 아쉽긴 해도 갈만한 콜들이 몇개 뜨긴 했는데, 괜히 첫콜부터 단가가 좋은 콜을 탔다 보니 손이 안가더라고요. 비오는 날인 만큼 업단가를 바라게 되는 것도 있고요. 이렇게 시간만 허비할 바에야 그냥 적당한 콜, 가까운 거리의 콜 (일명 삥콜)을 빠르게 타서 수익을 올려도 되는데, 비가 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보다 높은 단가, 혹은 조금은 중거리의 콜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사하구 장림' 콜이 좋지 않은 단가로 바닥에 깔렸는데, 이때 조금 예감하게 되었습니다. '아, 이거 맞춤콜로 꽂힐 것 같은데...'. 예상대로 처음 가격에는 아무도 잡지 않으셨고, 잠시 콜이 사라진 뒤 약간 단가가 높아지긴 했는데, 아무도 잡지 않으셔서 그런지 또 바닥에 떨어지더라고요. 저도 잡지 않았고요. 왜냐하면 제 기준에서는 장림에 들어가면 보통 콜이 없었던 적이 많았고, 주변에 그나마 콜지로는 하단으로 나가는 게 나을 텐데, 다시 하단까지 나오는 시간 생각하면 그렇게 시간대부 수익이 좋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콜이 또 한 번 리스트에서 사라지고, 결국은 저에게 맞춤콜로 뜨게 되었습니다.
보통 카카오는 카드 콜이 대부분인데, 특이하게 현금콜이였네요. 감사하게도 고객님의 집이 조금 깊숙한 느낌이라서 죄송하다며 잔돈을 받지 않으셔서 팁을 2천 원 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순익은 2만 4천 원 정도 얻을 수 있었네요.
하지만 역시나 장림에 도착하니 주변에 콜도, 기사님도 없었고, 하단으로 나가는 버스는 다 끊긴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지하철 막차가 남아있어서 뛰어가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이때부터 사실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터지기 시작했는데요, '아, 그대로 집에 가야 하나' 싶긴 했는데 이왕 나온 거 하단 가서 더 대기해 보기로 합니다.
비가 또 너무 와도 좋지는 않다.
그렇게 지하철 막차를 타고 하단으로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이때는 거의 태풍이 지나가는 수준이더라고요. 비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바람도 엄청 많이 불고요. 그래서 술 드시는 분들도 이제는 집에 가야겠다 싶으셨는지 콜이 간간히 올라오긴 했는데 또다시 잡을만한 게 딱히 없었습니다. 그나마 잡을만했던 콜은 너무 집과 먼 곳이었기 때문에 늦은 시간에 쉽사리 잡을 수 없었고요.
그러던 중에 기습 맞춤이 꽂혔는데, 운행시간이 10분 미만인 삥콜 맞춤이었습니다.
아마 대리를 자주 불러 보신 고객님이신지, 이런 날씨에는 착한 가격으로 불러선 단거리 운행 콜은 기사님들이 잡지 않는다는 걸 아시는 분이신지 바로 빠른 배정으로 부르신 것 같더라고요. 바닥에 깔리고 하는 것 없이 기습으로 들어와 버렸습니다. 사실 집으로 가는 복귀콜을 노리고 싶었지만 점수도 주는 콜이기도 하고 같은 구 안의, 10분 미만만 운행하면 되는 콜이라 그냥 수행했습니다.
마무리.
그렇게 운행을 끝 마치니 12시쯤 되었었는데, 잡을 수 없는 시외 나가는 콜 하나가 뜬 거 말고는 콜이 싹 사라졌더라고요. 버스도 지하철도 다 끊긴 상황에 합차도 시간이 많이 남았고, 심야버스도 합차만큼이나 시간이 많이 남았었지만 그나마 버스가 먼저 오는 것 같아서 약 40분을 기다려서 타고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최종 수익 : 75,600원
근무시간 : 8시 30분 ~ 12시 (집도착 1시 반)
사실 조금 더 높은 단가를 바라다가 넘겼던 콜들을 조금 더 탔거나, 그냥 잠을 포기하고 집과 멀리 가는 콜도 그냥 잡고 했으면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투잡이다 보니 잠을 포기하는 게, 집으로 돌아가는걸 포기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1년을 넘게 해 봐도 말이죠. 특히나 이날처럼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은 귀소본능을 참을 수 없습니다. 추가로 비 오는 날은 사고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몸을 조금 더 사리게 되는 것도 있고요. 사고 나면 일단 최소 30만 원에 렌트비까지 하면 그동안 벌어뒀던 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죠. 잘못하면 돈을 벌러 나왔다가 더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건 이날은 부족한 카카오 점수 400점을 채우면서 최소목표인 5만 원은 벌자고 나온 날이었는데, 조금 아쉽긴 해도 목표 달성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날이었습니다.
사실 점수 때문이 아니라면 비 오는 날은,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그리고 킥보드를 타고 하는 것 보다는 시간 대비 효율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굳이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정말... 카카오가 점수를 이용해서 교묘하게, 기사가 나올 수 밖에 없도록 잘 만든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냐...)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비오는 날 접촉 사고가 났다는 글도 간간이 보이고, 실제로 운행해 보면 너무 깜깜해서 운전이 더 불편하기도 하고요 (관리를 잘 안한차가 걸리면 와이퍼를 켜도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업단가는 참 달콤하긴 하지만 점수가 급한 게 아니라면 저는 웬만하면 비 오는 날은 역시 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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