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카메라와의 첫 만남은 X100T 였다.
사실 후지필름 카메라는 전혀 관심도 없었고, 취미로 니콘 크롭바디를 쓰다가 이제 직업이 되어 캐논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었을때라 더더욱 관심이 없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새로운 카메라를 구매했었습니다. 후지필름은 관심이 없는 걸 떠나서 거의 아예 모르는 정도였는데 제가 샀다는건 아마도 인터넷에서 우연히 보게 된게 아닐까 싶어요. 취미에서 업으로 넘어온지 얼마 안됐을때라, 그리고 우락부락하고 어떻게 보면 투박하게 생긴 검정색 카메라만 보다가 예쁜 필름 카메라같이 생긴 외형을 보고 아마 한눈에 반했을꺼라 생각됩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아도 아마도 저라면 말이죠. 그렇게 후지 X100T라는 카메라를 알게되고 SLR 클럽의 중고장터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게 같은 지역의 매물을 발견하게 되고 바로 달려가서 사왔던 걸로 기억하네요.
중고 거래 뒤에 바로 사무실로 갔었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작가들도 업무용 캐논 풀프레임만 쓰다보니 예쁘고 작은 카메라에 관심을 많이 보이더라구요. 그렇게 예쁨에 반해 샀던 카메라는 색감도 아주 좋았는데, 업이 아니라 취미로 할때는 색작업마저 귀찮아했던 저에게는 정말 최고의 카메라였습니다. 단 붙박이 렌즈라 렌즈 교환이 되지 않는점이 불편하게 다가왔고, 같은 화각으로 촬영을 몇년 하는것이 지루하게도 다가 왔구요, 결정적으로는 개인적으로 스튜디오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때 필요한 서브바디를 구매하기 위해 X100T는 중고로 보내주고 말았습니다.
그때는 이 카메라의 성능에 비해 좋은 줄 모르고, 소중한 줄 모르고 사용했던 것 같아요. 다르게 말하면 은근 불만을 많이 가지고 사용했던것 같은데 보내고 나니 소중함을 알게 되었던 카메라네요. 불만이었던 점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렌즈가 고정형이라 교체가 안된다는 점. 그리고 최대개방 최대 근거리 구간에서 아주 소프트 하다는거. 이 두가지가 가장 불만이었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뒷쪽 화면도 붙박이인 점도 단점이겠지만 그 시절에는 그게 큰 단점은 아니었던 것 같고, 지금은 틸트방식인 X-T30ii를 쓰는데도 LCD는 거의 건드리지 않고 사용하고 있어서 저에게는 큰 단점은 아니네요. 반대로 장점은 아무래도 여러가지 필름시뮬레이션이 있었다는 점. 그 중 후지필름 카메라에서 인기가 아주 좋은 필름 시뮬인 '클래식 크롬'이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가족용 카메라로 X-T30II를 구매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결혼도 하고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개인 스튜디오에서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가 그때는 5d mark3와 eos rp까지, 총 2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핑계겠지만 집에서 촬영이 필요할때마다 매번 카메라를 챙겨오는게 아주 번거롭더라구요. 집에 카메라가 한대 있으면 필요할때마다 쓸 수 있고 아기 사진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와이프와 상의 후 가족용으로 카메라를 하나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많이 쓰시기도 하고 저도 쓰고 있었던 캐논도 있고,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시는 소니나 니콘도 있었겠지만, 저는 큰 고민없이 후지필름 카메라 중에서 구매하려고 마음 먹었어요. 예전에 사용했던 엑백티의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처음에는 제가 구매한 2022년 기준으로 신상품이었던 XT30ii를 살 예정은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크롭바디 치고도 비싼 가격이기도 했고 어차피 중고로 구할꺼였기 때문에 xt30정도 혹은 xt20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싶어 중고장터를 뒤지던 중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잠복하는 시간이 길어진게 화근이었는지, 사기꾼들이 득실거린다는 중고나라까지 검색을 해보게 되었고,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 판단력은 흐려지고 말았습니다. 네, 사기에 당해버린거죠. 아주 다행히도 제가 당한 사기는 '중고나라론'인것 같았습니다. 사기 당했던 시기에는 저런 사기가 있는지도 몰랐었는데요, 사기를 쳐서 받은 돈으로 급한곳에 쓰고, 또 다른 사기를 쳐서 원래 사기를 쳤던 사람에게 돈을 돌려주는... 뭐 그런 개념입니다. 사기꾼은 무이자로 허락도 없이 돈을 빌려쓰게 되는 그런 구조인거죠. 무튼 몇날 며칠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겨우겨우 돈을 돌려 받은 뒤 그 뒤로는 중고나라는 쳐다도 안보고, 살 생각을 하나도 안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중고나라는 없을거에요.
무튼 이런일이 있고, 더 비싸더라도 그냥 신품을 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가 부산에 거주중인데 부산에 있는 매장에 전화를 해보니 xt30은 이미 단종이 되어 안나오고 xt30ii는 재고가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재고가 들어오면 전화는 줄 수 있다기에 예약을 걸어놓고 기다렸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게 주기적으로 물량이 들어오는 개념은 아닌듯하고, 몇주 기다리신 분들도, 아니면 몇달을 기다리신 분들도 보여서 저도 거의 잊고 살아야 겠다 마음먹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사기 당했던걸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이, 업체에서 3일정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재고가 3대정도 들어왔는데 바로 구매하시겠냐고 하더라구요. 네, 바로 간다고 하고 2시간 만에 찾아가서 거금을 주고 바로 구매해서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X100V가 아니고 XT30II를 선택한 이유.
두번째 후지 카메라로 엑스백브이가 아닌 티삼공투를 선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예전에 액백티를 쓸때 느꼈던 화각에 대한 목마름이 제일 큰 이유였을 겁니다. 후지 카메라의 좋은 색감을 환산화각 35미리가 아닌, 내가 원하는 화각을 사용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정말 좋더라구요. 특히 인물 위주로 촬영할때는 환산 화각 85미리 구간을 주로 쓰는 저에게는 렌즈 교환식이라는 점은 정말 큰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만 아기 위주의 촬영 용도이기 때문에 실내나 집에서도 85미리 구간만 가지고 촬영하기에는 화각이 너무 좁았기 때문에, 환산 화각 35미리 정도인 xf23미리 렌즈도 구매해서 단렌즈는 두가지로 구성을 했습니다. xf23mm f2와 xf50mm f2 렌즈로요. 이 두 렌즈도 차후에 블로그를 통해 글을 남길 예정입니다. 무튼, 환산화각 35미리와 환산화각 85미리 정도면 정말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가족 촬영용으로는 정말 부족함이 없는 조합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단렌즈를 쓸껀데 렌즈 교체는 하고 싶지 않고 딱 하나만 쓰라고 한다면 전 역시 환산화각 50미리인 xf35mm 렌즈정도를 고를 것 같구요. 단렌즈의 화각 고정 불편함이 싫다하시면 역시나 표준 줌 렌즈겠죠. 단렌즈 보다는 조리개 개방에 대해서 어느정도 타협과 포기를 해야되겠지만, 이러한 경우에는 xf18-55정도 혹은 고정조리개 렌즈인 18-50 정도를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전 이렇게 사용하다가 차후에 아기가 커서 유치원이나 학교를 갔을때 행사 촬영용으로 50-140렌즈 정도를 추가 하고 싶은데, 아마 마음의 변동은 없을 듯 합니다. 언젠가는 아마 영입하게 될 렌즈라고 생각되네요.
1년 남짓 사용한 카메라가 벌써,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폰 연결을 통해 일부분만 전송 받았던 폰 사진첩에도 벌써 3천장 넘게 들어가있는걸 보니 그정도 이상 사용한 듯 하네요~ 아마 대략 4천컷 이상은 사용하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이정도면 이미 스튜디오 촬영비는 퉁친듯 하고, 앞으로 더 사용할꺼니 이 카메라의 돈값은 충분히 뽑고도 남을꺼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친구 카메라로는 X-E4, X-S10, X PRO3, X-T4 정도가 있다.
이 다음세대로 X-T5가 나왔고, 글을쓰는 기준으로 바로 어제 X-S20이 출시된 듯 하지만 일단 오늘 블로그 글의 주인공인 XT30ii의 동급세대로는 x-e4, x-s10. x pro3, x-t4 정도가 있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후지필름 카메라에 관심가지고 나서 왜이렇게 많나 싶었긴 했는데, 한번 쭉 보고 나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들 모습이나 특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죠. 티삼공투 기준으로 조금 더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원하신다면 e4, 후지필름의 외관 느낌은 아니지만 손떨방이 필요하시면 s10, 후지필름 외관이면서 손떨방까지 필요하시면 티삼공투의 상위느낌인 t4, 조금 편의성은 떨어져도 rf스타일의 레트로 느낌이 좋으시면 pro3 이정도 느낌에서 생각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예산이 많지 않아서 조금 지나간 모델을 사겠다 하시면 이 라인에서 숫자를 하나씩 떨어뜨리시면 전 버전의 기종이니까 적당한 선을 찾아보시면 되겠죠. xt30 라인은 숫자를 10씩 떨어뜨리시면 되구요.
정말 추천하는 카메라, 후지필름.
사실 어떤 카메라도 똑같겠지만, 기본 지식을 모르고 오토 모드로만 찍는다면 이렇게나 꽤나 많은 비용을 들여 카메라를 구매하는것은 딱히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어느정도 기본 지식을 갖추시는게 일단 가장 중요합니다만, 사실 후지필름은 초보 친화적인 카메라인 느낌은 아니라서 초보에게 추천드리기도 조금 그런면은 있지만, 그래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니콘 캐논처럼 무난하고 사용하기 편한 느낌도 아니고, 소니처럼 af가 눈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미친 성능을 보여주는 카메라도 아닙니다만, 후지필름은 특유의 디자인 감성과 따로 건드리지 않아도 될 만큼의 감성적인 색감을 가진 카메라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의 불편과 사전 지식만 있으면 감성은 덤으로 주는거죠. 가족 촬영으로 카메라를 찾으시는 분들, 혹은 이제 카메라 취미를 시작하기 위해 고민중이신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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