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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의 부캐 활동

부산 투잡 대리운전 주저리 주저리, 나는 정말 대리운전에 소질이 없는 것 같다

by 삼사구*349 2024. 8. 19.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보통 8시 반 ~ 9시쯤 나와 12시 ~ 1시 복귀를 목표로 일하고 있고요, 대략 1년 조금 넘어가고 있네요. 대리운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도 '아, 나는 대리운전에 소질이 없구나'하고 빠르게 느꼈지만, 지금 이 나이에 시간을 고정적으로 빼야 되는 서빙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그래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나가고 있는데, 요즘도 참... 제 스스로가 대리운전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 뭐가 문제인지 두서 없이 주절주절 적어보려고 합니다.

많이 벌기 위해선 시외를 나가야 한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대리운전을 부업으로 시작한지 이틀째인가 진해콜이 뜬 걸 보고 '이걸 어떻게 가냐'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그때 떴던 콜은 벚꽃 축제로 유명한 진해 방면이 아니고, 용원이라고 부르는 신항 쪽에 아니었을까 싶긴 해요,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요. 지금 기준으로는 용원 가는 콜이 뜨면 정말 좋은 콜이라고 생각하고 바로 잡을 것 같습니다. 평일한정으로요.

무튼, 전업이든 부업이든 사람마다 하루 목표하는 목표금액은 다 다르겠지만, 어찌되었건간에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시외를 나가야 합니다. 그 시외콜이 첫 콜이면 더 좋고요. 아무래도 집과 가까운 콜들만 타다 보면 집과 가까워지는 순간 그만 퇴근하고 싶어 지는데, 일단 멀리 나가게 되면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쪽 방향의 콜이라면 무조건 잡고 보는 순간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콜을 한콜이라도 더 타게 되고, 그런 하루가 끝나면 목표치보다는 많은 수익이 벌어져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시외 나가서 집에 못갈뻔 했던 경험.

그러면 시외가 무조건 좋은 경험만 있냐, 또 그건 아닙니다. 부산에 거주하면서 주말 조금 늦은 시간에 양산에 갔다가 대리 어플도 많이 없으면서 버티고 버티다 새벽 1시 넘어서 무료 봉사 해주시는 분 (세상에는 정말 선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차를 타고 덕천까지 오고, 덕천에서 공유 킥보드를 타고 사상역으로 가서 버티다가 새벽 3시 30분이 돼서야 포기하고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양산에 가면 부산 내로 들어오는 지하철 막타 시간까지만 콜을 쪼아보고 덕천 내지는 사상까지 이동을 하게 되었고요, 혹은 지하철 막차시간까지 버티지 않는다면 합차를 타고 부산으로 들어오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콜마너나 트리콜 가입해서 해당 합차를 타거나, 개인이 운영하는 유료 합차를 이용해야 한다)

합차를 타는것도 그렇게 편하지 많은 않긴 하지만 (배차시간이 긴 점, 정류장이 찾기 어려운 점, 사용료가 대부분 4천 원 이상인 점)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도 집에 갈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만으로도 조금은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킥보드를 구매하고 나서는?

'킥보드를 구매한다고 해서 무조건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그것도 요령이 있어야 한다.', '투잡이면 뚜벅이로도 충분하다.', '킥보드가 있으면 버스를 이용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복귀에 걸림돌이 될 때도 많다.' 라는 점은 이미 구매하기 전에 많이 검색해 본 결과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장점은 대략 2~3km 밖에서 뜨는 콜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장비도 있는 겸 시외에 더 자신 있게 나가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콜 잡는 반경이 넓어졌기 때문에, 시외에 나가서도 '그림의 떡'이던, 멀리서 뜨는 콜도 잡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와중에 이 콜을 잡게 됩니다. 단가가 대박이라고는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시외지만 왠만한 부산 시내 주행만큼의 운행시간이면서, 운행시간 대비 시내주행보다는 단가는 좋은 콜이었어요. 오늘은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타고 갔는데, 이게 고생의 시작일 줄은 몰랐습니다.

시외콜을 잘 타보진 않아서 김해 율하는 잘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율하 1지구, 율하 2 지구, 그리고 위쪽에 콜지로 유명한 장유 롯데마트 정도가 있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장유 롯데마트에서 완벽 복귀콜을 받은 적이 있어서 장유로 이동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거리는 약 5km 정도 됩니다. 걸어서는 1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이기 때문에 뚜벅이라면 절대 이동 못하겠지만, 킥보드가 있기 때문에 약 20분 만에 도착했던 걸로 기억하네요.

다만 휴가시즌이라 그런지 콜은 없고, 기사님 수는 역대급으로 많아 그대로 죽어버립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킥보드는 고성능은 아니라서 대략 25km 내외를 탈 수 있는데, 이걸로는 사상까지도 간당간당한 거리이고, 너무 무모한 짓 같았습니다. 거리가 28km에 1시간 반을 내내 타야 되는거니까요.

율하에서 장유 롯데 마트 까지 대략 소요 시간 (자전거 네비 기준) 도보로는 약 1시간이 소요된다.
배터리 방전도 방전인데, 저 거리를 킥보드로 가는건 너무 위험하다.

택시를 타면 오히려 마이너스. 콜마너 합차는 안 다니는 코스고, 유료 합차는 킥보드가 있어서 탈 수 없었습니다. 처음으로 킥보드 산 걸 후회했네요. 다행히도 유료합차 사장님께 부탁을 해서 합차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이날 그냥 무료 봉사만 하고 집에 왔을 수도 있었겠죠. 가는데 순익이 28,000원이었는데, 부산 오는 택시를 카카오 택시 어플로 찍어보니 대략 4만 원이 나왔었으니까요.

일단 콜을 타고 나중에 걱정해야 하는데.

집에 어떻게 오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고민이 1초 정도 길어지며, 대부분 콜이 없어져 버립니다. 잘 타려면 일단 고민 없이, 주는 대로 잡고 타야 되는 게 진리임은 알고 있고, 매번 부업하러 나가는 순간에 되뇌고 오늘은 꼭 그렇게 하자 마음 먹지만, 도착지가 별로인 곳들 혹은 단가가 조금 빠지는 것들을 고르다 보면 스타트를 못해 한숨만 쉬는 날들이 많아지는 것 같네요. '이거 타면 집에 어떻게 와야 될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날도 많은 것 같고요.

그래서 킥보드를 한 달간 타면서 대리운전을 해본 결과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나만의 기준과 전략.

  1. 큰 거 노리다가 죽을 바에는 가까운 거리 삥을 주는 대로 빨리 타는 게 오히려 복귀 스트레스도 덜하고, 하루에 목표치 채우는데도 좋다. (웬만하면 제휴는 거르긴 하지만, 장거리 콜에 비해서 단거리 콜이 카카오 콜과 제휴 콜의 단가 차이가 적으니, 운행거리가 가까운 콜은 그냥 잡고 보는 게 맞다) 이제 킥보드가 생겼으니 오히려 이 전략이 더 결과가 좋을 수 있다.
  2. 부산시내 순익 2만 원 이상인건 웬만하면 타는 게 좋다. 버리면 거의 백퍼 빠진다.
  3. 10시 이전 출발 시외콜은 타볼 만하다.
  4. 복귀콜은 웬만하면 키우지 말자. 빠지면 다시 안 올라온다.
  5. 카카오 기준 프단이 많거나, 퍼플이면 조금 늦어도 시외를 도전해 볼만할 것 같다.

왜 소질이 없냐고 느끼냐면

다들 그러하겠지만, 다 알고, 겪어봤고, 매번 다짐하면서도 잘 안됩니다. 정말 심한 똥콜 아니고서야 투잡이면 주는 대로 막 타야 되는 게 맞고 시외에서 공기는 거 보다야 부산 시내가 훨씬 양반인 건데, 조금 멀다고 오지라고 거르고. 시외는 집에 못 올까 봐 거르다가 이번엔 후회하지 말자고 잡고 나갔다가 진짜 집에 못 들어올 경험도 하고. 좋은 경험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어야 되는데, 힘들었던 기억만 진하게 남아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네요.

정말 잠이 적으신 분, 그냥 막무가내로 걱정은 나중에 하자는 주의이신 분, 용감하신 분들은 정말 잘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는 기질도 맞지 않고 소극적이라, 1년이 지난 지금도 잘 못하는데, 조금씩이라도 변화해서 그나마 제일 좋은 방안 위주로 루틴을 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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